무전 국토대장정 9일차

무전 국토대장정 9일차

너무 잘잤다 민박집이라시 에어컨 + 테레비는 정말 진리다 한동안 진리를 잊고 지냈다 재워주신 어머님과 인사드리고 사진찍고 나왔다

모두들 말씀하신다
내 자식이 어디가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아들같아서 챙겨주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자식을 가져보지 않았지만 모성애는 다른 아들들에게도 사랑을 나누어준다

새벽에 잠깐 깨어 내 고등학교 동창 현이가 바로 밑 동네 장호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호까지 거리가 딱 점심먹을 거리라 부지런히 걸었다

중간에 옥수수 파는 할머니들을 만났는데 나한테 와서 쉬고 가라고 하셨다 옥수수와 냉수를 주시고 세 분이서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셨다 그 와중에 옥수수는 참 맛있다

옥수수 네개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장호까지 금방 걸었다 꽤 높은 고지에서 해수욕장 전경이 보였고 자전거를 타고 온 형같은 분을 만나게 되었다 안양에 살고 같은 신씨에다가 내 여행기에 많은 흥미를 많이 가져주셨다 그 형님은 자전거로 울진까지 주행하시고 내일 올라가신다고 하셨다 내가 바다를 향해 셀카를 남발하는 동안 가방을 가져오시더니 배낭 속에 있는 먹을 것들을 다 주셨다 햄버거 초코바 음료.. ㅜ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직장도 다니는 중에 여행까지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나중에 보기로 약속하고 아쉽지만 서로의 길을 갔다

고지에서 내려와 금방 현이를 만나고 현이네 편의점 냉장고에 들어가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밤새 편의점 일을 보고 나때문에 안자고 기다렸다고 한다 ㅜ현이는 잠시 바쁜 여름 시즌에 내려왔고 편의점은 정말 바빴다 부모님께서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삼계탕을 대접 받았다 편의점 유통기한 지난 음식만 주셔도 감사한데 삼계탕이라니 신나게먹었다 그리고 현이가 준 반짓고리로 쫄쫄이의 찢어진 부분도 꿰맸다 참 좋은친구다
모자를 잃어버린 나에게 밀집모자를 선물해줬다ㅠ 내가 도착할 마을이 원덕인데 음 뭔가...
현이는 나에게 샹크스같은 존재다

식사와 정비를 마치고 바쁜 현이를 기다렸다가 인사하고 큰길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중간에 교회에 물을 얻으러갔다가 아이스크림을 받다 신나게 먹었다

생각보다 오늘 진도가 나가지 않앗다 더운게 좀 심해서 앉아서 쉬는데 나와같은 청년을 만났다 작은 배낭에 왼팔에 원터치 텐트를 끼고 걸었다

단숨에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부산행인데 그는 부산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참 인연이다 나이도 동갑이고 직장을 쉬고 걸어서 여행한다고 했다 무전여행은 아니었지만 나같은 사람을 만났기에 많은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는 서로의 플래카드를 교환했다 뭔가 웃기지만 여행가들간의 의식처럼 진행되었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내 간식과 물을 나누어 주고 우린 반대의 길을 걸었다

오늘 따라 발이 좀 아팠다 더 걷기엔 무리였다 30키로 안팎으로 걸은거 같은데 거리가 줄으면 날짜가 늘어나기에 부담이크다

잠자리 구하는게 요새는 너무 늦어져 오늘은 6시쯤 바로 찾아보았다 우연히 주변에 대원사 라는 절을 찾게 되었고 보살님 한분이 계셨다 보살님은 반갑게 맞아주시고 스님에게 허락을 받으러 가셨다 스님은 90의 고령이셨고 귀가 어두우셨다 내 신상을 모두 받아적으시고 오늘 자는것을 허락하셨다

오늘은 절밥도 먹고 배도 대접받았다

약간 몸살기가 있어 약을 먹고 잘 예정이다

이 여행이 즐거운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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