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 국토대장정 13일차

무전 국토대장정 13일차

포항 ~ 경주

효덕이네 집에서 맥주먹고 에어컨 쐬고 푹 쉬다 오늘 찜통 더위에 걸을 생각을 하니 앞 길이 막막히다

밤새 둘이 맥주를 마시고 티비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맥주는 거의 나혼자 마셨지만 나는 군용맥주를 신나게 마시고 잠에들었다
모기때문에 중간중간 깼지만 에어컨 밑은 역시나 아늑하다

아침에 일어나 해병대 서문 근처 뼈해장국집에서 밥을 먹었다 군생활 할 때 외출이나 휴가나와서 갔던 식당 오락실 피씨방이 모두 그대로있다 보면 볼 수록 20대 초반의 기억들이 가득한 공간이다

해장국을 헤치우고 서문으로 가서 나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병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었고 전투복이나 다른 여러 규정들이 변해 있었다 머릿속은 약간 꼰대같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으나 꺼내진 않았다

해병대 마크사에 들어가 가장 큰 앵카를 샀다 효덕이가 사줬다 배낭에 달 생각에 기분이 좋다
흐흐 깐지 폭발 기대

사진을 찍는동안 김정진 중사님도 오셨고 효덕이네 관사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금방 헤어졌다
부대에 내가 있었을때 간부님들이 거의 없다 이렇게 한 대대에 있었던 사람들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쁘고 좋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곧장 싸고 효덕이는 재수씨 병원 데려다 주고와서 나와 어제 불꽃 축제를 구경온 둘째 처제와 남친을 데려다주러 다시 차에 올랐다

시간이 급해 초스피드로 달렸다 어딘가 헐레벌떡이었지만 처제를 데려다 주고 난 뒤 나와는 여유롭게 포항역으로 갔다

우리는 역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왠지 출출해 던킨도넛에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또 거의 내가 다먹었지만 효덕이는 던킨 도넛 행사로 저렴하게 구입한 마징가제트피규어에 빠져있었다 서로 윈윈이다

싹 먹고 지도를 살폈다 이제 다시 찜통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그와 아쉽게 인사를 나누고 나는 국도에 올랐다

여기서 경주까지는 꼬닥 아스팔트 길 뿐이다
그래서 오늘 여정을 물마신거 빼고는 누구를 만나지못했다 정말 걷기만 했다

쉴곳도 여의치 않아 쉬지도 못하고 걸었다 중간에 페북으로 인터넷방송을 하며 걸었다

그걸 하면 조잘조잘 떠들면서 가기에 시간은 빨리 흐른다 그렇게 내리 30분을 혼자 떠들며 걸었다 어차피 주위에 볼 사람도 없었기에 나는 더 들떠있었다

오늘은 걸으며 여행기를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좀 다듬고 생각을 더 넣으면 괜찮을꺼같단 생각과 누가 내가쓴걸 사려나? 하는 여러 생각들이 겹쳤다 권당 나는 얼마벌지..ㅎ
땅끝마을 갔던것도 합치고..좋지않니

나는 어느새 경주의 시계안에 들어있었고 내가 오늘 경주에서 자는걸 알게 된 영호에게서 연락이 왔다 할아버지할머니가 경주시내에 사신다고 오늘 잠자리를 물어봐 준다고 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거절하지 않고 기다렸다

허락이 떨어지고 20키로 거리를 한시간 빠르게 걸었다 쉴곳이 없어서 그런게 크다

첫날 고생했던 다리사이 쓸림이 오늘 재발하기 시작했다 이게 생각보다 걷는 것에 큰 지장을 준다 그래서 막판에 걸으면서 몸도 마음도 불편했다 앞으로 800키로는 넘게가야하는데 걱정이 많다

경주역까지 겨우 걸어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말고도 경주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나처럼 사진을 찍고있었다 내 현수막이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난이미 그런 시선을 신경쓸 힘이 없다 쓰림 때문에 쩔뚝거리며 할아버지 집근처에 도착했다 미리 전화를 드려 같이 들어가게 되었다

신기해하시면서도 탄 내 팔을 걱정하셨다 할머니께서
고봉밥을 주셨고 그걸 비우고도 나는 라면 한개를 더먹었다

어르신께 경주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건 삼기팔괴다 세가지 기이함과 여덜가지 괴이함이 경주에 있다고 한다 기억을 다 못해서 궁금한건 검색하시길

지금은 씻고 누워있다

경주는 전주와 달리 한옥들의 오래된 느낌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전주가 기존의 한옥에 새것들을 덧입혔다면 경주는 그 자체가 잘 보존되어있다는 느낌이다

경주는 그 자체가 보기좋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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