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 국토대장정 12일차

무전 국토대장정 12일차

경북 영덕 ~ 포항

41키로 걸었다 어제 홍대 락앤롤 단체사진을 겨우 올리고 일기를 시작한다

텐트를 치고 잔 까닭에 몸이 매우 뻐근했다 눈을 떴지만 계속 바람소리에 각설이 품바 행사소리에 잠을 뒤척였다 일어나서 실바늘 세트가 들어있는 약통파우치를 찾아봤으나 없어졌다 어제 락앤롤 빌려주고 안받은 듯 싶다

어쩔 수 있나 이 여행은 없으면 없는거고 있으면 감사한 여행이기에 레깅스의 터진 부분을 꿰매지 못하고 그냥 입지 않고 걸었다

다리사이가 쓸릴거 같지만 어쩔 수 있나..

일단 출발이다 아침부터 운이 좋게 물을 얻으러 간 감자탕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김치를 종류별로 맛있게 먹었다
순식간에 헤치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른아침부터 감사하다

오늘은 오백원짜리도 줍고 돈을 정말 많이 주웠다 뭐지 이 줍전여행.,

그리고 영덕은 대게 뿐 아니라 자두와 복숭아도 유명하다 도로에 나온 좌판상이 많았고 지친모습으로 지나가는 나에게 복숭아를 주거나 복숭아즙을 주거나 내 부탁으로 등목도하고 빵도 신나게 주신 분들도 있으시다

영덕 군내에 다다랐을 때 기차 건설현장 사무실에 잠시 들어갔다 내리 초코파이를 다섯개를 먹었다 에어컨이 정말 빵빵하고 시설이 좋은 패널 건물 이었다

아저씨 두 분이 계셨는데 내 멘탈을 칭찬해주셨다 나중에 아저씨들 현장에 내가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도 좋겠지만

초코파이를 더 먹고 싶었지만 더 먹으려면 박스를 뜯어야 해서 포기했다 아저씨들이 한박스 챙겨주려 하셨지만 녹을 수 밖에 없는 날씨에 어쩔 수 없이 거절했다

에어컨이 켜지지 않은 밖은 그냥 사막과 같다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아스팔트 길을 걸었다

그쯤 가방이 터졌다 배낭의 철 프레임이 찢어진 부위로 튀어나와 배낭이 기울어졌다 계속 걸으면 어깨고 발이고 박살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수선집에 갔다 어떤아저씨가 전 마을에서 차로 오다 날 봤다며 인사하셨다 오 유명해진건가ㅎㅎ

다른 좀 더 큰 수선집에 가봤다 안된다고 하신다 그래서 실과 바늘로 내가 직접 꿰맺다 무전수선..

영덕시장을 간단히 구경하고 여정을 떠났다 모두들 내가 뭘 사길 바라셨으나 저는.. 0입니다

포항이 가까워질 수록 더위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정말 너무 더워 중간에 있는 복숭아 좌판에 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등목을 했다 마침 아저씨에게 배달온 빵과 키위쥬스를 아저씨는 나에게 나눠주셨다 신나게 먹고 출발했다

아저씨의 영상을 찍으며 배터리가 15퍼정도 남았다

어제 텐트에서 잔 터라 보조배터리도 비어있었다
오늘 만나기로한 서효덕하사에게 연락했다 그의 퇴근 시간에 맞춰 걸어갈 거리를 계산해서 만날 장소를 정하고 걸었다

아 오늘 드디어 내가 군생활 했던 포항으로 가는 날이다

가는 길에 포항시 표지판이 나왔다 그때까지 나는 포항이 경상남도라고 착각했다 왜그랬지 3프로 남은 배터리로 겨우 사진을 찍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기다렸다 오늘 축제라 차가 많이 막혀 좀 오래 걸렸다

효덕이가 왔다 나에게 하사였던 효덕이는 중사가 되었고 결혼을 했고 재수씨는 출산 임박에 차도 있다

나도 빨리결혼하고 싶은데 부럽다

우리는 추억에 사로잡혀 옛날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 옛날 간부님들은 모두 가시고 해병대도 많이 변하고 포항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그 옛날 추억은 그대로다

효덕이네 집에 와서 빨래를 돌리고 삼겹살에 소주한잔 했다 거의 내가 다 먹은듯 싶다 오늘 바쁘신 김정진중사님도 급히 오셔서 한잔 하셨다 내일 해병대 서문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기로 하고 헤어졌다

포항을 돌아다니며 약간 울컥했다 그때 좋았던 시절이 계속 떠올랐다 아 벌써 4년이 지났다

효덕이와 커피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맥주한잔하고 자야지

국가를 위해 지낸 21개월의 포항 너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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